
영화 <암살>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 액션 드라마입니다. 2015년 개봉 당시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이후에도 한국 영화사 속 대표적인 시대극으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병헌 감독의 치밀한 연출, 전지현·이정재·하정우 등 배우들의 완벽한 캐릭터 소화, 그리고 시대적 고증과 액션의 완성도는 <암살>을 단순한 상업영화가 아닌 역사와 예술이 결합된 명작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독립운동’, ‘시대극’, ‘액션완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이 영화가 어떻게 관객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암살> 독립운동
<암살>은 ‘독립운동’을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삼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일본군과 싸우는 영웅들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각 인물이 ‘조국의 독립’을 대하는 태도와 신념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간 인간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주인공 안옥윤(전지현)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신념을 가진 여성 저격수로, 당시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서도 능동적으로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그녀의 인물 설정은 단순한 허구가 아닌 실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모티프로 하여 만들어졌으며, 이는 한국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안옥윤의 저격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 아닌, “억압받는 조선이 스스로의 손으로 역사를 바꾼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염석진(이정재)은 독립군 출신이지만 친일파로 변절한 인물입니다. 그의 존재는 ‘이념’보다 ‘생존’을 택한 인간의 복잡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감독은 염석진을 통해 ‘조국을 위해 싸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관객은 그의 갈등과 배신을 통해 단순히 누가 옳고 그른지를 넘어,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비극적 인간성을 바라보게 됩니다.
또한 영화는 안옥윤과 염석진, 그리고 중간자적 위치의 속사포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을 통해 독립운동의 다양한 층위를 보여줍니다. 하와이 피스톨은 돈을 위해 움직이지만, 결국 조국을 위해 총을 쏘는 선택을 하며 인간의 본성과 정의의 경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암살>은 ‘독립운동’을 단순히 국가적 사건으로 다루지 않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고, 무엇을 위해 죽을 수 있는가’를 탐구합니다.
시대극
<암살>은 한국 영화사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정교한 시대극입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경성과 상하이, 만주 등을 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실제 사료와 사진을 참고하여 수백 세트의 배경을 만들었고, 각 장면마다 철저한 시대 고증을 거쳤습니다.
특히 경성 시내의 거리와 상하이의 밀회 장소는 당시의 사회적 긴장감과 문화적 혼재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카메라는 때로는 조선인 노동자의 거친 숨결을, 때로는 화려한 카페에 앉은 친일 엘리트의 냉소적인 미소를 비추며,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대비’를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이러한 연출은 단순히 배경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공기를 그대로 영화 속에 녹여내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병헌 감독은 인터뷰에서 “<암살>은 총을 쏘는 영화이기 전에, 총을 들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이야기”라고 언급했습니다. 즉, 이 영화의 진짜 무대는 ‘1930년대’라는 시간이자 공간입니다. 인물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 언어의 억양, 심지어 조명 톤까지 모두 시대성을 반영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경성의 카페 신에서는 따뜻한 색감의 조명이 사용되어 당시의 근대적 세련됨을 보여주는 반면, 만주나 상하이의 장면에서는 푸르고 어두운 색조를 활용해 불안과 긴박함을 표현합니다.
또한 음악 역시 시대극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오케스트라와 전통 악기를 절묘하게 섞은 배경음악은 장면의 감정을 고조시키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렇듯 <암살>은 미장센, 조명, 의상, 음악 등 모든 면에서 한국형 시대극의 기준점을 새로 쓴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액션완성
<암살>이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액션의 완성도입니다. 영화의 액션은 단순한 총격이나 폭발 장면이 아닌, ‘서사와 감정이 연결된 액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초반 상하이 저격 시퀀스입니다. 안옥윤이 목표를 향해 조준할 때 카메라는 그녀의 호흡과 눈빛을 따라가며, 그 순간의 긴장감과 무게감을 극대화합니다. 단 한 발의 총성이 울리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조국의 운명을 건 결단’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는 <암살>의 액션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역사적 의미를 담은 행동임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또한 경성 시내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좁은 골목, 시장, 옥상 등을 오가는 카메라 워크는 혼돈의 도시 속에서 인물들의 감정이 폭발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총격의 리듬과 편집 속도는 박진감을 높이면서도, 각 인물의 시점이 명확히 구분되어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병헌 감독이 액션을 ‘정의의 실현’보다는 ‘혼돈 속 선택’으로 그렸다는 것입니다. 안옥윤의 총은 단지 적을 죽이는 도구가 아니라, 역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염석진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복수를 넘어 역사적 정의의 회복을 목도합니다.
음향 또한 액션의 긴장감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총성은 실제 탄피와 환경음을 조합하여 사실적으로 구현되었고, 폭발음 역시 현장 녹음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처럼 액션의 모든 요소는 ‘현실감’과 ‘감정 전달’이라는 두 축 위에서 완벽하게 조율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암살>의 액션은 단순한 장르적 요소를 넘어, 서사와 감정을 연결하는 영화적 장치로 자리 잡습니다.
영화 <암살>은 독립운동의 숭고한 의미, 시대극으로서의 예술적 완성, 그리고 액션의 감정적 깊이를 모두 갖춘 작품입니다. 한국 영화가 어떻게 ‘역사’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예시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단지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에게 “지금의 자유는 누가 어떤 대가로 얻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아직 <암살>을 보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통해 한국 영화가 지닌 서사적 깊이와 미학적 역량을 경험해보길 권합니다. 단 한 장면, 단 한 대사조차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세밀함 속에서 우리는 한 시대의 고통과 희망, 그리고 인간의 불굴의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